본문 바로가기

페이퍼 Again

[68호] 멀어지다.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건 햇살의 여운이 아니라,
당신의 얼굴이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는 바람 끝에
아련한 향취가 아스라히 멀어진다.
무엇을 찾고자 했을까, 누가 보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 보여도 보이지 않고, 들림도 무거운 어두움속에 잠긴다.
믿는이에겐 모든 일의 이유가 보일테고,
믿지 않는 이는 이미 다른 숲, 깊은 길을 걷고 있을 테다.

처음부터 낙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세월의 소용돌이가 저주의 마법이 되어
내 갈비뼈로 심장 깊이 낙인을 찍었다.

비명조차 샐수 없는 차디찬 고통속에
온 몸은 비틀어지고, 흉직한 몰골의 영혼만이 남는다.

진심을 이야기하려 할수록 영혼은 괴물의 형상이 되고
누구도 한 걸음 더 내딛어 다가오지 못한다.
두려움에 떨고, 혹여 다칠까 멀어진다.

현상계에 존재하는 마지막 진실은
오롯이 하나를 향한 마음과 용기면 충분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알고 있다는 생각속에도 왜곡은 만연해있다.

진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고,
반짝이던 녹슨 시계에 묻혀 있으며,
깊은 회한속에 담겨있다.

멀어지려하면 멀어진다.
가까이 다가서면 더욱 선명히, 느낄 것이다.
말을 내뱉기 전에 조용히 손을 내밀어, 찢겨진 그의 심장을 보듬자.
지구의 그늘로 빛이 사라지기 전에,

'페이퍼 Ag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70호] 기도합니다.  (0) 2012.01.12
[67호] 안녕 혹은 안녕,  (0) 2011.09.14
[26호] 거기 하늘은 어떠니?..  (1) 2009.06.16
[25호] 눈물속에 멜로디가 젖어든다...  (2) 2009.03.06
[24호] 껍질을 깨고...  (1) 20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