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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초대

짙은 블랙의 우울이 기억을 물들이다. (영화 "M"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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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으며,
혹은 이해가 가는 듯 해도, 맑게 투영되는 기분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영화는 기억의 파편을 얼개로 퍼즐을 맞춰가듯 진행된다.
그러나, 결코 시원스레 열어보이지 않는 안개속의 등불 같은 느낌이다.

몽환적이다. 영국의 습기 가득한 우울을 가득 담은 듯, 블랙의 색채와 축축히 젖은 듯한 물의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상과 음악, 대사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재편집되어 삽입 된다.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소설속의 내용이며, 어디가 기억의 너머인지 짐작하는것 조차 속도감에 압도된다. 느린 듯한 템포를 가지고는 있지만, 무거운 그늘의 장벽이 답답하게 가슴을 죄어온다.

미스테리한 내용에 신비롭고, 또 슬프다.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몇몇 장면에서는 기분 좋은 웃음도 터지게 되고, 또 정신없는 속도감에 압도되어 시선이 영화의 프레임을 간혹 놓치게도 한다. 그러나, 꿈결처럼 한없이 신비롭고, 동화같은 세트신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스타일리쉬 하다.

감독 "이명세"의 이름에 걸맞게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세트신으로 이뤄졌고, 조명과 카메라의 조화가 멋들어지게 완벽했다. 영상 미학만으로만 본다면, 전작 "형사"에 이어 역시나 최고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나, 너무나도 당혹스럽고, 혹은 이해하기 힘든 내러티브 구조는 단지, 슬픈 감성에의 호소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분명히 영화는 종합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너무 한가지 측면으로의 집중은 다른 부분의 부족 현상을 보이게 되기 마련이다.

강동원은 전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에 더욱 더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히스테릭한 소설가의 이미지를 훌륭히 표현했다고 본다. 이연희는 영화에서는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소녀 이미지와 기억을 넘나드는 알수 없는 공포심까지 갖게 하면서 충분히 역할의 소화와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이바지를 했다고 본다. 공효진은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모습임데도 불구하고, 존재감에 있어서는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상영 중간에 나가는 사람을 비롯해, 상영이 끝난 후에도 잠을 자고 있는 사람, 슬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 나처럼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감독은 본인의 스타일을 충분히 살렸다고 본다. 내러티브적인 문제는 어쩌면 각자가 기억의 파편을 어떤 얼개로 맞춰가는가가 관건일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 정서보다는 영국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우울한 정서에 잘 부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