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 초대

나도 다시 밴드가 하고 싶어졌다...(영화 "즐거운 인생"을 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소품같은 영화지만, 전작 "라디오 스타"와 마찬가지로 인간애가 느껴지는 따뜻한 영화였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보면 확실해 지겠지만, 이준익 감독만의 영화관이 전작인 "라디오 스타"와 이번 "즐거운 인생"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음악을 매개체로 대단히 현실적인 접근을 좀더 용이하게 하고 있다.
40대 남자들의 이야기, 세상이 등지고 모르려하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결코 무겁거나 힘들고, 슬프게 다루려 하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 남편, 가장으로 불리우는 우리네 40대 아저씨들의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었고, 멋진 추억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때와 다름없이 마음 한켠에는 비록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버렸지만, 열정이 있다.

따뜻하고, 잔잔한, 그러나 그 뒤에 흐르는 음악과 즐거운 표정들로 인해 즐겁고 유쾌하기까지 한, 그런 영화이다. 간혹, 기러기 아빠의 애환과 실업자의 고통스런 심정 등이 조근조근히 묻어나오는 장면은 살짝 눈시울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슬픔마저도 음악으로 승화해 보려고 하고 있다.

짜임새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감정의 완급을 투톤의 조명과 일반적이지 않은 카메라 워크로 적절히 조율하고 있고, 요소요소의 심리묘사에 음악을 배치하고 있다.

배우의 측면에서는 다른 여타 배우들이야, 워낙 베타랑 이라고 불리울만한 연기파 배우들이지만, 장근석의 출연은 의외였지만, 신선했고, 영화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튀지 않았지만, 나름의 존재감은 충분히 발휘했다고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밴드를 하며 보냈던 예전의 한참을 떠올렸다...정말 소중하고 좋았던 기억인데,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영화는 희망을 보여주고, 미소를 보여준다. 현실을 외면한 채, 찬란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눈물과 힘든 땀방울을 잠시 달래고자 하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져오고, 심장이 지긋이 찌릿한, 이 영화가 나의 "즐거운 인생"을 생각하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