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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초대

당신이 꿈꾸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영화 "행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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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를 처음보고 잔잔한 눈물이 가슴에 파도를 쳤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허진호"라는 이름의 감독을 그저 동경하게 되었다...
깊은 한 작품이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봄날은 간다"에서도 그는 그만의 그림을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그려 넣었다...
애잔한, 그래서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 그만의 시선이 안타까웠다...

잠시 다른 생각을 갖게 했던 "외출"은 뒤늦게서야 그의 이야기는 전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고...

어느 덧 내가 본 작품으로는 4번째인 "행복"은 황정민, 임수정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를 갖게 하는 걸출한 배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영화 선택의 기준은 "허진호"라는
이름으로 귀결되었다...

그렇게 사춘기 소년같은 설레임을 품에 안고 나즈막히 그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 뒤에 숨은 그림자는 주인공 "은희"(임수정 분)의 숨쉬기 힘든 고통까지도 느껴지는 듯 했다...

행복이란 글자의 아름다움만으로 보기에는 주인공들이 갖게 되는 이중성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 상흔이 너무 두터웠다... 결코 버릴 수 없는 행복은 행복하지 않음으로 또 그들을 행복으로 묶어두게 된다.

그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영수"(황정민 분)는 일탈속의 화려함에 취해 행복을 갈구한다... 그러나 결국 그가 알게된 건 부어넣는 알콜의 뒷끝과 같은 행복이란 이름의 이면이었다...

감독은 잔잔히 카메라의 시선을 이동시키며, 무겁지 않은 톤으로 조명과 의상을 새겨넣는다. 자연속에서 치유되어 가는 건강과 함께 찾아든 사랑의 행복과, 부유하는 화려한 도시의 아스팔트를 극명하게 비교되게 만든다.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영수"는 중간을 겉돌고 내면의 치유된 몸과 마음의 평화는 다시 처음 그대로의 상처로 되돌아가게 된다.

병실과 눈으로 상징되는 백색의 이미지는 그가 다시 순수의 처음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더불어 다시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한 텅빈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다녀간 후로, 서울을 찾는다고 했을 때, 관객 누구나가 이별의 복선을 예감하게 되고, 다시 돌아온 "영수"가 "은희"에게 놀러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 이별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은희"의 눈물은 더이상 잡을 수 없는 이별의 고통을 목놓아 울게 만들었다.

"은희"를 마지막으로 보게되는 "영수"를 위해 "은희"는 그저 죽어가지만, 행복한 눈물속에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걸 용서한다고,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떠나가는 "은희"의 병실에는 유난히 "영수"와 함께 찍은 액자속 사진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떠나고 난 후에 흘리는 눈물이 진정 행복이었다...
모든 걸 안고, 잘못한 그 모든 걸 후회하지만, 결코 한번도 바뀐적이 없는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행복이란 눈물로 보내고 있다.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순수한 선택과 사랑이 진정 행복이 아니겠냐고, 삭막한 4억 7천의 노후 얘기는 굳은 표정을 만들지만, 그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단지 그대와 함께하면 안되겠냐는, 이 시대의 행복 논리에 부합되지 않는 그 말이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내 더러운 도시적 일상의 먼지때를 눈물이라는 선물로 씻기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