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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Again

[06호] 연극이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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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규정짓는 마지막 아침이다...

항상 내 자리에서 보는 창밖 풍경은 같지만,
이미 그걸 보고 있는 내 눈은 전과는 분명 다르다...
 
연극은 끝났고, 무대는 암전되었다...
배우는 무대를 떠났고, 텅빈 무대는 새로운 배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연극은 배우가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연극은 배우가 아닌 무대가 하는 걸 알았다...
무대는 배우에게 있어 절대로 필요한 공간이고, 배우는 무대를 유지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서서히, 이지러짐을 알리는 굵은 샛금들이 위로부터 흘러내리고...
조만간 산산히 부수어져 조각날 것이다...
설사 다시 쌓아 올린다 해도, 그걸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흉물 그 자체일 뿐...
 
잊자, 떨쳐내자... 새술은 새부대에 담겨야 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지만, 우리가 누룩이라고 믿었던 곰팡이는
이미 썩어 가까이 할 수 없다...
 
마지막, 오후의 햇살아래, 나른한 단잠을 청할 쯤,
귓볼을 간지르는 깃털의 손짓을 느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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