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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urity_Space/DRM

열린 음악, 닫힌 음악

이제 폐쇄적 DRM의 시대는 갔다. 세계적 추이가 Non-DRM, Free-DRM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해외 대형 음반사 및 서비스 업체들이 일제히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더이상의 이통사 중심의 폐쇄적 DRM을 지양하자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서 나의 이목을 더더욱 집중시키는 내용이다. 국가 표준 DRM인 EXIM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될런지, 개인적으로 봤을떄 EXIM 자체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는 있지만, 우선은 표준 DRM의 제정이 급선무이니깐, 이 내용에 대해서는 차치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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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내 음악시장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03년 이래 승승장구하던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축소됐고 상황개선 조짐은 안 보인다. 1999년 4000억원 규모였던 오프라인 주도의 음악시장은 올해 1300억원대로 줄었고 3∼4년 전 본격 형성된 온라인 음악시장도 올해 1300억원대에서 더이상 성장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대로 좋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돌파구 마련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소리바다와 SK텔레콤이 처한 상황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 온라인서비스를 살펴보면 시장상황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도 싶다. 소리바다는 느슨한 필터링으로 다음달 과태료를 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흡한 저작권자보호조치와 소비자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전망이다. 2000년 이후 등장한 국내 최대 P2P 음악사이트인 소리바다는 과거 음원거래를 무단으로 하는 불법사이트였으나 저작권자와 협의해 지난해 당당한 음원중개 사업자로서 입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소리바다는 저작권자가 요청한 음원을 필터링해 공급하고는 있으나 느슨한 필터링 기술로 인해 저작권 있는 음원이 유통돼 자칫 과태료를 물어야 할 판이다. 이 경우는 합법적 사이트 운영을 하려고 하지만 불법파일까지 유통시키게 돼 올바른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모습이다. 음원중개자인 소리바다는 획기적인 필터링 기술 발전이 없는 한 계속 이런 흠집을 안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관련업계가 필터링 기술을 개발해 저작권자·고객보호라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공정경쟁을 제한했는지를 둘러싼 법정공방에서 일단 승리했지만 항고에 따라 다음달로 예정된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건은 SK텔레콤이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점과 ‘시장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영위했는지의 논란을 가열시키며 온라인 음악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시장의 60%(매출액)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 폐쇄적DRM으로 공정경쟁을 위반했다며 3억3000만원을 추징한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 대한 SK텔레콤의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이번에는 공정위가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여기에 한 시민단체가 지난 7월 말 온라인 음악 판매 시 폐쇄적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저작권 기술적보호조치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소비자 소송에 들어갔다.

  사업자로서는 명예가 걸린 문제지만 법정공방 배경에는 소비자의 음원 선택 이후 이를 다른 단말기에 자유로이 옮겨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게 옳으냐 여부가 숨어 있다. 소리바다는 특히 저작권자의 보호 문제가 크다. 반면에 SK텔레콤으로 대표되는 이통사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 이뤄지는 폐쇄적 DRM 정책은 이젠 서비스사업자 위주의 일방통행적 서비스로 비쳐지는 추세다. 맏형이 매를 맞지만 KTF·LGT 등 동생도 같은 처지에 서 있다. 공급자 편의가 가입자의 선택에 우선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사 가입자에게 엑심이란 개방 DRM을 통해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구입한 음악을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들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모처럼의 기회를 잡았다. 세계 온라인 음악시장의 80%까지 장악한 애플조차도 EMI음악에 관한 한 고객에게 강요하던 자사의 DRM솔루션 ‘페어 플레이’를 과감히 던져 버린 마당이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출처 :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