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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urity_Space/DRM

DRM: 저작권 보호 또는 제품차별화?

손상영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원  2007-08-29

디지털저작권관리(DRM; Digital Rights Management)는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과 사용에 있어서 이용자의 사용권한과 범위를 정해 주는 방법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사용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술 및 서비스를 의미한다.

음 악 콘텐츠를 예로 들면 DRM은 사용자가 특정 곡을 몇 번 감상하는지, 특정 곡의 파일을 몇 개 복제하는지, 얼마나 자주 그 파일을 하나의 재생기기에서 다른 재생기기로 옮기는지, 샘플링과 같은 파일 조작행위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제한을 둘 수 있고 그 제한의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요금을 책정할 수도 있다.

DRM은 2001년 MP3 파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하여 채택되기 시작하여,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 경향과 함께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아 미국 MIT대학에서는 미래 10대 핵심정보기술로 선정한 바도 있다. 또한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무력화하려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여  DRM의 법적 지위를 전 세계적으로 강화시켜줌으로써, 콘텐츠 사업자들은 DRM을 이용하여 스스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정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행정비용을 경감시켜 줌으로써 DRM은 디지털 재화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술로 기대되었다.

이와 같이 기술적, 법적인 기반을 갖춘 DRM은 과연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발전해 왔을까?

예 를 들어, Apple 사의 DRM 시스템인 FairPlay를 살펴보자. 이 DRM은 세계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iPod와 Apple사의 디지털 음악서비스인 iTunes에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DRM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2월 Apple사 회장인 Steve Jobs의 발표에 의하면 2006년 말까지 9천만 개의 iPod가 팔렸고  iTunes는 20억 개의 음악을 팔았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iPod 소유자는 iTunes로부터 22곡을 구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개의  iPod에 천여 곡이 들어가 있으므로 iTunes로부터 구매한 DRM에 의해 보호되는 곡의 비중은 전체의 3%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2006년 전 세계적으로 볼 때 DRM에 의해 보호된 상태로 팔린 곡은 채 20억 개도 못되었고 CD로 팔린 곡은 200억 개가 넘었다고 한다. 즉 음반사들의 대부분 수익은 여전히 DRM 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황으로부터 음악시장에서 DRM은 저작권 보호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음반업체들이 제작, 공급하고 있는 CD들은 전혀 저작권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복제하여 자신의 PC나 MP3 플레이어에 저장하여 재생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CD의 존재가 DRM에 의해 보호되는 음악파일의 존재를 미미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음반업체는 왜 이런 CD를 공급하면서 온라인 음악서비스에서는 DRM에 의한 보호를 요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점사업자의 품질 및 가격차별화 전략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DRM이 음악 파일의 이용에 여러 가지 제약을 주기 때문에 DRM에 의해 보호되는 음악 파일은 그렇지 않은 음악 파일에 대해 일종의 열등재 또는 결함이 있는 재화(damaged good)가 된다는 것이다. 음반업체는 이처럼 품질이 열등한 DRM에 의해 보호되는 음악 파일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CD를 구입할 의사는 없고 불법복제는 꺼리는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DRM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가 옳다면 DRM은 초기에 기대되었던 것과는 달리 독점사업자의 차별화 전략의 도구가 되어버린 셈이다.

만 일 이와 같은 DRM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사회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정부는 이러한 전략을 규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가격차별화가 사회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않다. 따라서 DRM의 경우도 구체적인 모형을 개발해서 사회후생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