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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초대

지금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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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는
직격탄 같이 쉽지 않은 질문을 태연하게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생각했던 만큼 진지하지도 않지만,
그저 편하게 볼 수 있는 쉬운 영화도 아니었다.

두 커플의 엇갈린 사랑이라고 규정짓기에는
그 이면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듯 하다.
오히려, 이성에의 감정이 열병이 되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에 몸을 던지고, 혼돈을 느끼면서 겪는 성인들의 성장 치유기라고 보면 맞을런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되고, 결혼을 했다고 모두가 성인은 아니듯...

카메라는 등장 인물의 곁에 아주 가까이 있다. 그들의 눈과 얼굴 표정과
손짓과 느낌을 갖는 신체부위들을 심리묘사의 수단으로 보여주고 있다.
딱히 대사로 처리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그 권리를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엔딩신 이외에 회색 및 블랙톤을 전반적인 색감으로 가져가고 있다.
또, 블랙과 화이트라는 대조적인 톤으로 의상을 배치하고, 그러한 부분으로 사랑은 이런 색깔이 아니겠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정열적인 붉은 빛이 아니라는 식으로...

생애 처음 느껴본 감정에 휩쓸려, 빠져든 남자를 위해 여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그리고, 애초에 자신의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죄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남자는 다르다. 분명히 위험한 관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둘의 관계가 쉽지 만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대개의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자신의 남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는 익숙치 않은 설레이는 감정에 쉽게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면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두 커플은 엇갈리고,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적인 측면과 현실이라는 시간적인 측면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이렇게 된다." 혹은 "당신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결과가 이런것이다"라는 식으로 정리하려 하고 있다.

다소 안타까운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동건과 한채영의 심리적인
묘사를 위해 연애 시절의 회상신이나 이동건의 어린 시절 가정 환경 등을 보여 줌으로써 삐딱한 성격을 소유하게 된 이동건의 성격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뜨겁지 않다. 그렇다고 차갑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
이것은 곧 이 영화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려고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뜨겁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꼭 그것이 불행은 아니라는것도 애써 힘주지는 않지만, 나즈막히 얘기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을 하면서도 대화는 없다.
그리고, 그 모든것이 현실의 벽앞에 흔들리고 나서, 그들 모두는 각각 현실의 객체가 되어
분리되고, 미래의 기대는 초록색 톤과 둥근 원으로 상징되어지고 있다. 둥글게 돈다는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테니...

"지금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
또 하나 덧붙여서, 과연 우리가 얘기하는 사랑이,
순간적인 열병이나, 소유욕이거나, 혹은 그저 그렇게 쌓아진 정의 산물이 아닌가? 라고 친절하게 의문을 제기해 주고 있다.